TOMS 아시아 최초 아티스트 라인을 런칭한 최종 3인의 박정현 동문(국문02)

2013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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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S 아시아 최초 아티스트 라인을 런칭한 최종 3인의 박정현 동문(국문02)

TOMS ‘아티스트 컬렉티브 2013’ 선정, ‘Yisu Asia’ 런칭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술교육의 꿈 키워나갈 것

 

[인터뷰: 최한나 홍보팀 학생기자(기독교 09), skyviki@naver.com]

탐스 코리아(TOMS KOREA)에서 최초로 진행하는 ‘아티스트 컬렉티브 2013’ 최종 3인에 선정된 박정현 동문. “아름다운 작업을 공유하는 사람”이란 뜻의 ‘Yisu Park’라는 그녀의 활동명 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자신의 아름다운 작업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신발 한 켤레의 구매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신발 한 켤레의 기부로 이어지는 TOMS의 ‘One for One’는 박 동문이 조심스레 꿈꿔온 일과 많이 닮아보였다. 아름다운 색과 무늬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그리는 일을 꿈꾼다는 박 동문. 누구나 마실 오기 좋은, 문턱 낮은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작업을 공유하는 사람, ‘Yisu Park’

‘Yisu Park’은 박 동문의 ‘세계 이름’이다. ‘아름다움을 퍼뜨린다’는 뜻의 한문으로, 언어, 인종, 지역 악센트와 상관없이 부르기 쉬운 이름을 고민하고 정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을 영어 이름이 아닌 ‘세계 이름’이라 부르는 특별한 이유다. “이름을 들었을 때, 특정한 하나의 국적이 떠오르기보다는 한 명의 사람으로 기억될 친근한 이름이었으면 했어요.” 그녀의 편견 없는 이름처럼, 박 동문의 어린 시절은 단 하나의 이름으로 정할 수 없는, 어떤 길 위의 삶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부터 세계 여러 곳에 머물렀고, 또 그곳을 떠나왔다. 이런 영향은 곧, 박 동문이 ‘다름’, ‘공존’이라는 이슈에 천착하게 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인종과 국가들이 공존하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다름을 이해하는 법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 동문. 물론 지금까지도 그녀의 관심은 “서로 다른 것이 함께 행복한 것”에 매달려있다.

‘색과 무늬’라는 자신의 언어를 찾기까지

국문학을 전공한 그녀에게, 대학생활은 자신의 언어를 찾는 시간이었다. ‘다름’ 안에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반드시 자신의 언어를 관통해야만했다. “모든 사람에겐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힘 있는 언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말과 글, 리듬과 선율이 자신의 언어일 수 있어요.” 그녀는 이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를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지면, 세계가 온통 상대방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잖아요. 제겐 그림이 그랬어요. 문학에도, 신학에도, 철학에도, 심지어 수학에서도 색과 무늬가 눈에 밟혔지요.” 자연스레 그리는 일은 이렇게 그녀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갔다.

작품명 ‘The Earth’

휴학시절 동안 제주도 오조리에서 몇 개월을 보내기도 했던 그녀는, 졸업 후, 다시 한 번 새로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프리카 케냐 빈민가 예술 지원 경험을 시작으로, 남인도 타밀나두에 3년간 거주하며 국제학교 교사로, 언어교육, 문화컨설팅, 예술멘토링을 맡아 로컬 빈민가 벽화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박 동문의 여정에서 알 수 있듯, 그녀의 작업은 대부분 ‘세계’라는 영감에서 읽어내는 것이 좋다. ‘The Earth’는 세계에 대한 그녀의 시선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지구를 이루는 재료와 가까운 것들을 혼합해 만든 작품이에요. 아프리카엔 광물과 오일을, 아시아엔 동양화 재료와 먹을 사용한다거나,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선 페인트에 모래나 흙을 섞어 바르기도 했어요.” 이런 작업 때문일까. 실제로 그녀의 지도에선, 토지로서의 지역이나 인종으로서의 지역과 같은 예스러운 지점들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대신 해당 지역의 문화와 감정을 담은 무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각 무늬들이 서로에게 적응하여 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완성한 아름다운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한 그녀의 바람이 담긴 것이다.

TOMS KOREA ‘아티스트 컬렉티브 2013’: Yisu Asia

전문심사단의 심사와 투표를 거쳐 TOMS 최초 아시아 아티스트 컬렉션 출시의 기회를 얻은 박 동문은, 긴 고민 없이 ‘The Earth’의 아시아부분을 신발에 담아내기로 했다. 그녀의 컨셉은 ’TOMS in the World, The world in the TOMS. “‘아시아를 신고 유럽 땅을 여행하거나, 아프리카를 발등에 얹고 북미 거리를 걷는다면?’, ‘세계 곳곳의 여행자나 그 지역의 현지인들이 신발 속 패턴을 통해 먼저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한 자리에 모인다면?’ 저는 이런 모습이 하나의 지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녀의 Yisu Asia 슈즈에 수놓인 동그라미의 의미다. 동시에 형형색색으로 덮어져서 서로를 보완하고 돋보이게 하는 이 동그라미들을, 그녀는 아시아 특유의 힘이라 부른다. “동그란 무늬가 모여 새롭고 조밀한 무늬를 만들 듯,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입체적이고 복잡한 일인지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출근하는 예술인

그녀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많은 양의 슈즈에 하나하나 직접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설렌다는 그녀지만 미술작업을 직업으로 삼은 이상, 그녀는 일상의 템포를 놓칠 수 없었다.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오랜 작업일수록, 불규칙한 설렘만으론 작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제게 작업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직장생활과 다르지 않아요. 아침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하듯, 작업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 작업을 시작해요. 점심을 먹은 뒤에는 또 그림을 그리구요. 여섯시 이후로는 퇴근하듯이 털어 내버리고. 이후 시간엔 지인을 만난다든지 청소를 한다든지 일상적인 일을 합니다. 작업인이기 전에 한 생활인으로서 삶을 충실히 살아내려하는데, 솔직히 제 생활은 매우 단조로워요.(웃음)”

일상을 존중하는 성실과 균형을 늘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는 박 동문은, 충실한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첫 번째 개인전시회를 마치고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아주 작은 전시회였는데도, 그동안 누적된 몸과 마음의 피로에서 벗어나질 못했죠. 창작물을 내는 대부분의 작업이 자아에 몰두하도록 하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작업을 끝낸 많은 작가들이 자아에서 벗어나 생활로 돌아오기까지의 공백을 잘 못견뎌해요.” 그녀에게도 이런 시기는 자연스레 찾아왔다.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신앙 안에서,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하며 서서히 그 허무함을 털어냈어요.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건강한 식단으로 스스로 제 몸을 챙기기 시작했죠. 이유 없이 몸도 많이 움직였어요. 건강한 생활습관이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몸으로 경험했지요.”

좋은 그림보다 좋은 사람

“좋은 그림에 대한 욕심보다, 먼저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기쁨과 감사에 관해 말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마음의 무늬가 결국 그림에 나타나게 될테니까요.”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박 동문은 기쁨, 사랑, 깊은 즐거움, 평화, 화해와 같은 가장 최초의 것을 작품에 계속 담고싶단 마음을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제 스스로가 기쁨과 감사를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요.”

더불어, 그녀는 지금, 언젠가 인종이나 국적, 문화에 관계없이 예술교육 기회가 적은 나라의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꿈을 꾸고 있다. “때문에, 교육기관에서 미술을 더 공부하고 싶어요. 다양한 작업을 통해 경험도 많이 쌓구요.” 음악이나 패션, 뷰티나 출판같이 다양한 문화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거워하는 그녀. 올해 연말에는 페인팅을 활용한 옷과 신발, 가방을 출시하는 프로젝트 런칭도 준비 중에 있다. 음반디자인작업이나 벽화작업도 지속할 계획이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작업들이 세계를 넓혀주고, 훗날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에 유효한 텃밭이 되기를 바라요.”

행복한 30대를 준비하며

박 동문에게 숭실은 언제 생각해도 그립고 소중한 마음속 공동체다. “숭실에서 제 20대의 고민과 꿈,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기도했던 기억이 나요.” 많은 물음과 착오들로 가득 찼던 20대를 보내고, 그녀는 이제 막 30대를 맞이했다. “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늘 말해주고 싶어요. 30대는 20대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즐거워요.” 30대가 느끼는 삶에 대한 책임감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지만, 자기 자신이 되어 사는 오늘의 삶은 그녀에게 참 소중하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계시든, 지금 여러분의 선택은 훗날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로 평가되지 않을거에요. 그때 자신의 태도가 스스로 소중하고 자랑스러운지 아쉬운지가 더욱 중요해지죠. 하루를 대하는 성실함과 인내는 곧 여러분이 지금 어떤 사람이든,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진짜 자기 자신이 되도록 도와줄거에요. 오늘은 길을 잃은 것 같아도 낙심하지 마세요. 주어진 상황에서 성실한 인생은 반드시 여러분이 있어야할 곳으로 데려다 줄거에요. 진심으로 응원해요!”

박정현 동문 홈페이지: www.oeoey.tumblr.com

*사용된 사진의 일부는 숭실대 김수연(국문02), 김태범(기독교03) 동문님께서 제공해 주셨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