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이 곧 길이다, 한국 파쿠르 1세대 아시아 최초 파쿠르 코치 김지호 동문(벤처 07)

2020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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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한국 파쿠르 1세대, 아시아 최초 국제공인 파쿠르 코치,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 대표이사 등. 파쿠르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고 나아가고 있는 그는 바로 김지호(벤처·07) 동문이다. 학교에 와본 지가 꽤 되었다는 그를 위해 학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2019년 새롭게 지어진 숭덕경상관을 비롯하여 기자와 함께 캠퍼스를 둘러본 김지호 동문은 경상관에 대한 추억도 이따금 들려주었다.

1.’파쿠르란 무엇인가요? 파쿠르라는 말이 생소할 학우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파쿠르(Parkour)란 도시와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극복해내는 움직임의 예술입니다.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서 아무런 장비 없이 오직 자신의 신체 능력만으로 지형지물을 자유롭게 극복하는 이타적 위험 감수 훈련이죠.

 

2.’파쿠르라는 용어보다는 야마카시라는 용어가 더 익숙해요. 둘의 차이가 있나요?

야마카시는 파쿠르를 창시했던 창시자들이 만든 팀이에요. 한국에 파쿠르가 야마카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이유도 2003년에 ‘야마카시’라는 한국 최초의 동호회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영화 <야마카시>가 개봉하고, 회원 수 5~6만 명을 보유한 다음 카페도 있었죠. 그 카페의 운영자분이 상표등록을 해서 야마카시로 운동 명칭을 계속 홍보했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일본어처럼 들리니까 친근해서 입에 딱 잘 붙은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이름 하나 바꾸는 데 10년이 걸리더라고요. 또 게임 유튜버나 게임을 하시는 분들의 도움도 컸어요.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배틀그라운드에 파쿠르라는 기술이랑 맵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파쿠르라는 말을 자주 쓰니까 아이들도 파쿠르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게임을 하다가 파쿠르 영상 보고 파쿠르를 시작하게 된 아이들도 많더라고요.

 

 

 

 

[파쿠르에 빠진 소년, 숭실대와 만나다

3.숭실대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교에 오게 된 계기가 재미있습니다. 아버지가 밤에 장기를 두는 취미를 가지고 계셨어요. 하루는 밤에 장기를 두시면서 저와 상의 없이 정시 지원을 넣으셨죠. 아버지 생각에 숭실대학교 벤처 중소기업학과가 비전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숭실대를 합격하고 처음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 숭실대 정문부터 파쿠르 하기 좋은 계단과 지형물들이 있는 걸 보고 “여기가 내가 다닐 학교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웃음)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에서는 창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울 수 있어요. 학생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열어주는 지원이 많은 창업 경진 대회도 다양하게 열리죠. 저도 이런 기회를 발판삼아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전공을 살려 창업을 하게 됐어요. 전 운명을 믿진 않지만, 우연한 것들이 제 주변에 있다면 그걸 기회로 살리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4.현재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라는 기업이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훨씬 가벼운 회사랄까요. 1인 법인으로 운영하다 보니 의사결정도 빠르고, 계획도 빠르게 세우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대에 맞는 가볍고 빠른 회사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긍정할 수 있더라고요.

 

5.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에서 배웠던 것 중에 창업하는 데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수업이 있으신가요?

최자영 교수님의 ‘마케팅’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다음으로는 정대용 교수님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특히 기업가정신을 들으며 많이 공감했어요. 파쿠르 할 때 장애물에 직면하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계속 성공 기업들의 자취를 밟아가는 것을 배웠었는데 실제 기업가 마인드의 과정과도 너무나도 일치하더라고요. 학창시절부터 사업을 시작해서 인지더욱 공감을 많이 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나요.

 

6.숭실대 재학중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창업을 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첫걸음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2010년에 한국 최초의 파쿠르 동호회를 만들어서 3만 명 가까운 회원 수를 기록했어요. 그 후 2012년에는 파쿠르 신발 사업을 시작했어요. 미국의 파쿠르 신발 브랜드를 총판으로 들여와서 수입 판매하는 사업이었죠. 숭실대 창조캠퍼스 사업 지원금으로 시작한 이 사업이 제 첫 사업이었어요. 제가 군 제대하고 대학교 2~3학년이었을 때의 일이에요.

 

 

 

 

 

[나의 삶, 나의 인생 파쿠르

7.파쿠르를 하다가 혹시 다치신 적은 없으신가요?

작은 타박상 정도는 항상 있어요. 그런데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끊어지는 등의 회복 불가능한 부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그건 제 성향 탓이고. 주변의 겁 없는 친구나 조심성 없는 친구들이 다치는 건 많이 봤죠. 그러면 ‘원래 다치면서 하는 운동이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 항상 들어요. 파쿠르라는 운동이 어떻게 보면 외국에서 수입해온 거잖아요. 따라 하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제대로 된 걸 배워오자는 생각에 영국과 프랑스로 가서 창시자들 밑에서 직접 배워왔어요. 그러면서 파쿠르 교육 체계를 완성, 지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파쿠르 동호회 초창기에는 10~20대들 사이에서 부상이 많았어요. 지금은 이제 유튜브 튜토리얼 강좌도 많고, 아카데미도 서울에 3~4개가 있어요. 영상 보고 배우기도 하고, 체계적으로 많이 배우면서 다치는 게 많이 줄어들었죠.

 

9.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교육도 하시는데 그에 필요한 교육 시설도 갖추고 계신 건가요?

2년 전, 불광역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에 파쿠르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하자작업장학교라는 청소년 대안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수업을 열고 가르쳤죠.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파쿠르 놀이터는 폐쇄됐고, 조립을 해체해서 김포의 창고로 옮겼어요. 지금 그곳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드론과 파쿠르의 컬래버레이션 길거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드론하고 파쿠르의 공통점이 ‘경계 없이 자유롭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또 이제는 포스트휴먼의 시대잖아요. 그런 것들을 앞서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10.파쿠르를 하려면 운동신경 같은 타고난 자질이 필요하지 않나요? 일반 사람들이 파쿠르를 하면 다칠 위험이 있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내가 유튜브나 방송에 나오는 엘리트급으로 가고 싶다면 아무래도 타고난 신체 능력이나 운동신경이 중요하죠. 그런데 파쿠르라는 건, 근본적으로 그런 엘리트 레벨로 가기 전에,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기 몸을 가지고 놀이하는 아이처럼 주변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요. 거기에는 어떤 비교, 경쟁, 어디를 올라가야만 하는 압박이나 기준도 없어요.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걸 창조하면 돼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죠. 저기 보이는 낮은 턱, 돌, 자갈, 벤치 이런 것에서부터 자기만의 움직임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지난 16년 동안 한국의 방송 또는 유튜브에 소개된 파쿠르는 ‘건물 사이의 점프’처럼 ‘익스트림’의 이미지가 강해요. 그런데 파쿠르는 사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요. 그중에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건 정말 일부분이에요. 유럽이나 미국에는 파쿠르가 대중체육으로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노인도 하고 어린이도 할 수 있어요. 파쿠르 공원도 200개 이상 설치되어 있고요. 사회체육의 하나로 교육 교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하는데 한국은 아직은 그런 기준이 없어요. 익스트림 스포츠로만, 특수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죠.

 

 

 

 

 

[새로운 기회가 되어준 숭실대학교] 

11.숭실대학교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을까요?

저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게 3가지나 있어요. 다 창업 관련이네요. 첫 번째는 고용노동부 창조캠퍼스 사업. 벤처중소기업학과와 고용노동부가 연계해서 창업을 위한 사무실도 내주고 지원금도 주는 사업이었어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서 2012년에 파쿠르 신발 사업을 창의관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두 번째는, 학과 내에서 하는 창업 경진 대회.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PPT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죠. 선정된 팀은 사업을 실현하기 위한 사전 답사 자금까지도 지원받았어요. 저는 파쿠르용 신발 사업이라는 아이템이 선정되어 실제로 파쿠르 신발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공장에 직접 답사를 다녀왔어요. 제 동기 4명과 함께 나흘 동안 중국 공장을 답사하고, 사장님을 만나고, 시장 조사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세 번째는, 숭실대라는 장소 자체가 저한테 도움이 됐어요. (웃음) 파쿠르를 하는 저를 본 경비 선생님들이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하시다가도 제가 학생증 보여드리면서 “조금만 운동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어~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하다 가~”라고 하셨어요. 처음에 그렇게 시작해서 점점 허용 범위가 늘어났고 모임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파쿠르 워크숍과 자격증 코스도 학교에서 주최했죠. 대여할 수 있는 빈 강의실도 많고 직접 파쿠르를 할 수 있는 야외의 지형지물도 많으니까. 이 공간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12.꿈을 현실로 실현시키기가 어려운데 남들보다 빠른 추진력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학교 수업을 들을 때 모든 걸 다 파쿠르와 연결지어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창업마케팅론, 기업가정신, 기본적인 경제 원리, 경영뿐만 아니라 교양 수업을 들을 때도 파쿠르 생각밖에 없었어요. 모든 걸 파쿠르로 해석하고 파쿠르로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기 안에 있는 어떤 이상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합시키느냐가 가장 관건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하려면 끊임없이 계속 실패하고, 몰입되어 있어야 해요. 약간 괴짜 같은 마인드 있잖아요? 예술가들도 24시간, 잠을 잘 때도 자기 작품 생각 밖에 안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파쿠르 생각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음 달에 결혼하는 여자친구도 “오빠는 항상 파쿠르밖에 없어”라고 하기도 했죠.

 

13.파쿠르가 현대무용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는 한 기사를 봤습니다. 다음 달에 하시는 쇼케이스도 현대무용 쪽으로 발전해나가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보면 될까요? 저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라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파쿠르가 현대무용인가’라는 의문을 계속 가졌어요. 그러다 파쿠르와 현대무용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죠. 현대무용이 발레에서 빠져나온 갈래더라고요. 발레는 처음에 궁정 문화의 하나로 만든 것이었고, 그러다 보니 궁중 춤처럼 정형화되어 있고 틀이 있어요. 기준과 절대적인 원칙에 몸을 맞춰야 하므로 발레리나의 삶은 굉장히 고단하죠. 정해진 패턴과 정해진 작품에 몸이 소비되니까요. 거기에 반발심을 가지고 나온 이단아 같은 게 현대무용이에요. 현대무용의 특징은 기준과 규칙 없음, 정형화되어 있지 않음, 본질을 추구하지 않음 등의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형식이 없어요. 단순한 페인트칠마저 현대 미술에서는 작품으로 인정하지만 “이게 왜 예술이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잖아요? 현대무용도 보면 그런 느낌이에요. 이해할 수 없어요.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니까. 어떤 의미와 가치도 굳이 드러내지 않아요. 왜냐하면 드러내는 순간 그게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은 곧 배제와 차별을 불러일으키거나 위기를 불러오거든요. 해석의 자유도 없어지고요.

 

파쿠르도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그 특징이 (현대무용의) 맥락과 맞닿아있어요. 왜냐하면, 파쿠르라는 것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기존 스포츠 체계의 비판 지성으로 나타난 것 중의 하나이거든요. 우리가 흔히 아는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올림픽 종목들은 모두 다 규칙과 경쟁 기준이 있어요. 그래야만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거든요. 즉, 우리가 생각하는 ‘나’,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건 타자와의 비교와 차별화로부터 나를 설정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현대에는 그것 자체를 폭력이라고 정의해요. 파쿠르도 스포츠 룰에 몸이 소비되는 것에 비판의식을 가지고 자유로운 몸을 추구하는 것에서 나타났어요. 그러다 보니 현대무용과 맥락이 맞닿아 있는 거죠.

아직까지 파쿠르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마찬가지로 드론도 불법이에요.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 군부대나 항공 제한 구역에서 드론을 날리면 불법입니다. 처벌받고요. 그런데 그만큼이나 새로운 것들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항상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은 기존의 틀 안에 담을 수 없어서 이상하고 모호하고 처음에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그게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어떤 이익이 있다면, 위험이 있을지언정 그 파급효과가 점점 커질 것으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구한말에 자동차가 처음 광화문 대로변을 달렸을 때 많은 조선인이 ‘악마’라며 놀랐지만, 지금 자동차는 사망사고가 많은 데도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죠. 드론도 그렇고, 파쿠르도 어떻게 보면 사람에게 몸의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그 이점을 이해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해요.

 

 

 

 

 

‘The Obstacle is the Way.’ ‘장애물이 곧 길이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지호 동문. 그에게 있어서 세상의 모든 지형지물은 오히려 새로운 길이였다. ‘덕업일치’, 이른바 관심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김지호 동문은 ‘덕업일치’의 표본인 셈이다. 숭실대와의 우연한 만남, 그러나 벤처중소기업학과에서의 배움은 절대 우연하지 않았다. 오직 파쿠르만 생각하던 그는 준비된 수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파쿠르를 접목했고, 결국 취미를 직업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세계를 향한 그의 질주를 한 사람의 숭실인으로서 진심으로 기대한다.

 

[인터뷰 및 기사: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0기 노근호(국어국문학과·15) /line7@soongsil.ac.kr]

[사진 및 영상 촬영: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0기 이보연(화학과·16) /boyoni98@naver.com]

[카드뉴스: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0기 이민지(영어영문학과·17) /d981125lmj@naver.com ]

[영상제작: 학생기자단 PRESSU(프레슈) 10기 이다솜(정보사회학과·18) /dasoon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