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하면 강의실보다는 민주계단에서의 데모가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가장 뜨거웠던 때, 87학번이었으니까요. 학교 강의는 제대로 듣지 못하는 날이 많았지만 학생운동을 하며 캠퍼스에서 삶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런 면에서 숭실은 저에게 세상을 알게 해준 곳이며제 삶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구민을 위한 마음을 다지기 위해 벌써 5개월째 중구 골목골목을 걸어서 출근한다는 서양호 중구청장(절학 87). 점퍼와 운동화 차림의 그에게서 아직도 30여 년 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던 20대의 뜨거문 열정이 느껴진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정치 신인으로는 신승하며 중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전대협 출신의 586 운동권 정치인의 일원이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대학 시절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운동권의 중심에 섰다.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노동운동까지 확장된다. 우여곡절로 노동현장으로 가진못했지만 그는 이후 자연스럽게 의원보좌관으로 정치권에발을 들이게된다. 그렇다면 20대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 구청장을 움직인 키워드는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입장과 태도라고 생각해요. 정치가로서 지금까지의 저를 이끌어 온 건 세상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연민’과 옳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였죠.” 그 에너지로 약자 편에 서서 더 정의롭고공정한 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온 셈이다.
“틀에 갇힌 행정가가 아닌 변화를 이끄는 정치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민의 생활과 삶을 보면서 제도가 낡으면 바꾸고, 예산이 모자라면 만들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거죠.” 그는 선거 때 내세운 자신의 공약을 전문가와 실무진, 구민들의 의견을 들어 재검토하고, 이후 보다 합리적인 구정을 위해 새롭게 9개의 전략과제와 22개의 사업을 수립했다. 구정의 키워드를’역사,미래,공공성’으로설정하고,어르신,아동,장애인,여성들에 초점을 맞줘 서울의 중심’중구’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어르신 공로 수당’이나 ‘풀뿌리 동정부’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들로 구민들의 삶에 한발 다가선다.겉으로 강해 보이는 그의 내면에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열정을 던져 ‘더 나은 미래’를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것이리라. 제적과 복적을 거치다보니 1987년에 입학해서 2003년에야 졸업을 한 그는, 2000년대 초반 다시 잦은 캠퍼스에서 “시대가 달라져 대상과 방법이 달라졌을뿐, 여전δ| 치열하게 살고 있는 젊은 에너지를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그 옛날 학우들과 드나들던 막걸리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캠퍼스의 분위기도 달라졌지만 숭실,숭실인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영원한 자부심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시대의 풍경이 달라졌어도 후배들 역시 똑같은 마음이길 바란다.